순종효황제 - 생애 와 시대상 (3)
제 27대조   이름(한글):순종효황제   이름(한자):純宗孝皇帝

그렇다면, 어려서부터 지혜롭고 건강하여 만인의 칭송을 받던, 비단 우리 나라 사람뿐 아니라 청나라 사신조차 풍채가 좋고 매우 수려하다고 경탄할 정도의 남다른 용모를 갖추었던 그가 일본인들에게 꼭두각시 황제로 지목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1898년에 일어난 이른바 김홍륙의 독다사건(?茶事件)에 기인한다. 당시 고종은 비대해진 친러파 세력의 김홍륙을 견제하던 중에, 그를 수뢰죄로서 흑산도 유배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대한제국의 황제로서 처음 맞이하는 만수절(萬壽節)이 되었고 축하행사 중 황제와 황태자, 신하들이 마시는 커피가 내어져 왔다. 이전에 이미 어머니에게 커피 마시는 법을 배워 커피를 즐겼던 황태자는 이날 역시 커피를 즐거이 마셨다. 그러나 그 커피 안에는 김홍륙이 흑산도로 귀양을 떠나면서 황제를 음해하기 위해 서양 요리 숙수 공홍식 등에게 사주한 다량의 아편 독이 들어 있었고 이를 마신 황태자는 정상적인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런 상태의 황태자를 황제위에 올리면 훨씬 쉽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고종의 퇴위를 강력히 추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목표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서는 달성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그들은 1907년 7월 목적 달성을 위해 여러 가지 범죄행위들을 저질렀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통감 이토가 본국 정부로부터 받은 7월 12일자에 대한 처리 방침은 황제의 양위와 통감에 의한 섭정체제로의 확립을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통감이 두 가지 안건 중 황제의 양위문제부터 해결하려고 하였다. 양위요구의 사유로 내건 것은 고종의 해아밀사 파견이 그 이전에 체결한 을사조약의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퇴위 강요과정에서 통감은 시종 내각을 앞세워 통감부는 이와 무관한 것처럼 가장하였다. 이는 통감부가 나서면 내정간섭이란 불쾌한 인상과 함께 증거를 남기게 될 것을 우려한 이유에서였다. 통감으로부터 양위 건의의 임무를 부여받은 대한제국 내각은 연일 계속된 회의를 벌였고, 7월 16일에서야 고종에게 양위의 주청을 처음으로 알렸다. 그러나 이 양위요구 내부에 일본의 간악한 의도(침략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황태자를 이용)가 있음을 누구보다고 잘 알고 있었던 고종은 이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 후 계속된 양위 요구와 일본 외상 하야시의 협박에 고종은 7월 19일 황태자 대리정을 알리는 조칙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일본측은 대리의 형식으로 물러나는 고종이 언제든지 다시 친정에 나설 수 있는 것이 한국 전선(傳禪)의 전통임을 알게 되자 내각으로 하여금 진짜 양위를 고종으로부터 받아내도록 강요하였고, 이에 내각 대신들은 19일 낮부터 진정한 양위를 표시하도록 요구하였다. 황제측에서 조칙을 수정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게 되자, 내각과 통감부는 형식면에서 양위를 기정사실화 하는 작전을 세웠다. 19일 밤 태묘(종묘)에 칙사를 보내고 20일 아침 7시에 중화전에서 양위식으로 권정례(權停禮)를 거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흉계에 조정 신하로서는 궁내부 대신 박영효의 반발이 있었다. 박영효는 영혜옹주(永惠翁主)의 부군으로 중심이었지만 민비 시해사건에 연루된 이 후 오랫동안 귀국하지 못하다가, 1907년 6월 11일자로 고종에 의해 석방되어 곧 궁내부 대신에 위임되었다. 이는 비록 과거에 박영효가 친일적 경향이 있긴 하였지만, 마지막 남은 종척 출신으로 황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고종의 믿음감에서 내려진 조처였다. 이런 고종의 기대에 박영효는 충실하였다. 궁내부 대신은 권정례 의식에 반드시 참석해야 했는데, 이날 박영효는 병을 칭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 식의 주인공인 고종과 순종이 모두 불참함으로써 사실상 권정례는 진행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통감부와 내각측은 식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아래 총리대신 이완용으로 하여금 궁내부 대신 서리를 겸하도록 하고, 고종와 순종의 역할은 내관 2인이 대역하는 것으로 하여 식을 강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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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민황태자(영왕)